일본, 로비의 기술

<올해의 오픈 데이터 상>

소속: MBC 기획취재팀
참여자: 백승우, 남재현, 김세로, 장슬기

■ 방송목록
[일본 로비①] ”위안부는 매춘부“ 망언 배후는 일본 정부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90547_34936.html?menuid=

[일본 로비②] ”동해 표기 막아라“ 로비스트 동원해 일본 발목 잡기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90548_34936.html?menuid=

[일본 로비③] ‘벚꽃 퀸’ 뽑아 일본 구경…친일 만들기에 매년 8천억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90549_34936.html?menuid=

[일본 로비④] ‘무역 도발’ 때 워싱턴 공략한 일본 로비스트들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91644_34936.html?menuid=

[일본 로비⑤] 미국 의회 내 ‘친일 모임’…아베 연설도 성사시켰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91645_34936.html?menuid=

[일본 로비⑥] 일본은 날아다니는데…”전략도, 경험도 역부족“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91646_34936.html?menuid=

[출연 ⑦] 일본 로비 기술 해부…한국은 돈이 아니라 로비 전략의 부재가 문제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1400/article/6093401_34915.html?menuid=

[유튜브 ⑧] ”일본의 로비력은 이스라엘 다음“
https://www.youtube.com/watch?v=YYBhVFcsGh4&t=335s

■ 인터랙티브 (크롬 브라우저 추천)
https://imnews.imbc.com/newszoomin/groupnews/groupnews_16/index.html

■ 데이터 공개 (크롬 브라우저 필요)
https://www.notion.so/mbcdatajournalism/650f9a1f40114cc0b434802de5fe8b68

기사/프로젝트 내용 요약

<일본, 로비의 기술> 취재는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 여름 시작됐습니다. 양국의 총성 없는 외교전은 치열했고, 그런 만큼 미국을 친구로 만들기 위한 외교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국면이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발언권은 재론의 여지 없이 막강하고, 한일 관계에서 미국은 중재자, 혹은 심판자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정상회담이나 유엔총회 같은 눈에 보이는 이벤트만 외교의 전부가 아닙니다. 막후에서 움직이는 외교도 있습니다. 로비가 그렇습니다. MBC는 이런 물밑 외교를 이해해야 외교의 온전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과거사, 영토, 안보 문제 등 우리와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에 주목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미국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기 위해 어떤 식으로 로비하는지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대미 로비도 비교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어떤 로비 전략을 삼아야 효과적일지 해법도 찾고자 했습니다.

■공개는 돼 있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던 ‘FARA의 로비기록’
미국에서 외국 정부가 고용한 로비업체는 외국로비대리인등록법(FARA, 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에 따라, 돈을 얼마나 받아 어떻게 썼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법무부에 6개월에 한 번씩 반드시 보고해야 합니다. 법무부는 나라별로 로비활동을 다시 정리해 의회에 6개월마다 반기보고서로 제출합니다. 모든 로비 기록은 전자파일로 FARA사이트(www.fara.gov)에 공개돼 있습니다.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보도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모으는 데만 5개월, 추가 자료를 모으며 확인 취재를 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습니다.

■일본은 누굴 만났나..로비계약서·활동보고서 290건 분석
이렇게 발굴한 로비 기록을 통해 일본 측 로비스트가 누굴 만났는지 하나하나 추적했습니다. 로비업체가 건넨 정치후원금의 규모, 흐름, 종착지도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습니다. 핵심 분석 대상으로 삼은 로비계약서와 로비활동보고서는 호건로벨스(Hogan Lovells US LLP) 등 12개 로비회사가 제출한 290개였습니다. 시야를 넓혀 일본의 로비 기록이 공개된 1942년부터 현재까지 미 의회에 제출된 법무부 반기보고서 93건도 모두 분석했습니다.

■일본 로비스트와 첫 인터뷰..무역 보복 때도 로비 활용
로비 기록에 등장한 핵심 인물들을 추려서 인터뷰도 시도했습니다. MBC는 이 가운데 일본 정부가 고용한 로비스트와의 인터뷰도 성공했습니다. 무역 보복 조치 때에도 일본이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로비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미일 3자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의안이 미국 연방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기 전 날, 일본 로비스트가 22개 의원실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일본의 입맛에 맞는 외교안보정책전문가들이 이 자리에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해당 결의안은 이후 일본의 바람대로 한일군사정보호보협정(GSOMIA) 유지가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아 수정 통과됩니다. 일본 측 로비스트로부터 로비 전략을 직접 들은 건 이번 보도가 처음입니다.

■“위안부는 매춘부” 망언 배후는 일본 정부
보도 당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내면서 비난을 샀습니다. MBC는 이 문제가 단순히 램지어 교수 한 명의 학문적 일탈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로비 기록 분석을 통해 위안부라는 범죄 행위를 부정하는 일부 교수나 극우 세력의 로비 배후에는 일본 정부가 있다는 구조적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일본 정부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램지어 교수 같은 학자들의 입을 통해 확성기처럼 미국과 전 세계에 퍼져나가는 겁니다.

■동해병기 법안도 매번 좌절..로비는 현재 진행형
미국 교과서에 동해(Eastsea) 표기가 실리는 것을 막기 위한 일본의 로비는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지난달 1일, 뉴욕주에서는 5번째 동해 명칭 함께 쓰기 법안이 발의됐는데 MBC와 인터뷰에 응한 뉴욕주 의원들은 첫 법안이 나온 2014년부터 어떻게 법안 발목을 잡았는지 일본의 노골적인 로비 행태를 증언했습니다. 데이터로도 일본 로비의 집요함이 드러났습니다. 일본 정부는 동해 병기 법안 저지를 위해 맥과이어와 머큐리 같은 대형 로비회사와 61만 달러, 13억 원 넘는 계약을 맺고, 의원과 주지사 등 91명과 접촉하며 저인망식 로비를 펼쳤습니다.

■100년 넘게 지속해 온 벚꽃 축제
해마다 워싱턴에서는 전미 최대 봄 축제인 벚꽃 축제가 열립니다. 1백여 년 전 도쿄시장이 워싱턴에 선물한 벚꽃나무 3천 그루가 기원입니다. 일본 기업이나 정부가 비용의 대부분을 후원합니다. JET, 가케하시 프로그램도 매년 열립니다. 일본 정부가 로비회사를 고용해 막대한 홍보비를 쏟아부으며 미국에 소개하고 있는 행사들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행사에 한 해 742억엔, 우리 돈으로 7천8백억 원 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예산서에서 확인한 내용입니다. 전범국가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미국 사회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심어놓겠다는 건데, 또다른 형태의 로비입니다.

■“전략도 경험도 역부족”
한국은 어떨까요? 한일 로비스트들이 최근 4년간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일본은 언론과 대학, 의회와 싱크탱크로 인맥을 넓혀가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연방의회에 쏠려 있었습니다. 한 미국 의원은 “우리 정부나 정치인들은 미국 정치인과 사진찍기 위해 만난다”고 혹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왜 만났는지도 봤더니 한국은 ‘전문직 비자 법안 공동 발의’가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였습니다. 한해 20억 원 정도인 로비 예산의 3분의 1이 이 문제 하나에 들어가는데, 10년째 실속이 없습니다. 전체 예산의 3분의 1은 또 한국계가 운영하는 로비회사 토마스 캐피털이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이 미국 최대 대형 로펌에 들이는 로비 예산에 맞먹을 정도였는데, 토마스 캐피털이 어떤 실적을 올리고 있는지 뚜렷한 로비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로비 물량도 일본의 절반 정도로 크게 부족하지만, 전략과 경험에서도 일본에 밀리는 우리 외교당국의 로비 실태를 이렇게 데이터로 증명해냈습니다.

기사/프로젝트의 뛰어나거나 혁신적인 점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주장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어느 때보다 이번 보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MBC는 이 문제가 단순히 교수 한 명의 학문적 일탈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로비 기록 분석과 비대면 현지 인터뷰를 통해 위안부 범죄 행위를 부정하는 일부 교수나 극우 세력의 배후에는 일본 정부가 있다는 구조적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번 보도는 일본이 미국에서 정치인과 지식인들을 자국에 유리하도록 어떻게 움직이는지 구체적인 작동 방식과 맥락을 드러낸 보도라고 평가합니다. 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방대한 기록을 정제하고 축적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페이지로도 구성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사회에 미친 영향

■특파원/학계가 높게 평가한 보도…수집한 자료는 모두 공개
우리 외교당국의 로비 역량을 질적, 양적으로 분석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 같은 친일본 지식인들의 발언이나 글에 보도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후부터는 일본 정부의 로비 활동이나 규모를 취재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는 기사가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국 특파원들과 학계에서 보기 드문 좋은 보도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외교부는 로비회사 고용이나 우리에게 우호적인 의원 모임인 ‘코리아코커스’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습니다. 대외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비공개를 전제로 현재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모든 자료는 별도로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개설해 외부에 공개해 누구나 자료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보도에 사용된 기술

python, R, 구글 시트, CSS 등

Category

올해의 오픈 데이터 상

Date published

2022년 10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