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에 빠진 공복들 연속보도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 상>

소속: 한국일보 / 사회부 탐사팀, 미디어플랫폼팀
참여자: 윤태석, 윤현종, 김영훈, 안경모, 오준식

※ 농지에 빠진 공복들 인터랙티브 페이지
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farmmap/

※ 농지에 빠진 공복들 <1> 그들만의 농지공화국

51억·89필지 ‘농지왕’까지… 고위공직자 절반 농지 소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0509370001650

300㎞ 떨어진 제주에 “농사짓겠다”… 10명 중 7명 매입·증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0517240001179

감독해야할 농식품부 수장 가족들 ‘꼼수 소유’… 누가 믿겠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0600260005629

※ 농지에 빠진 공복들 <2> 웃는 가짜농부, 우는 진짜농부

2년간 논밭 사고판 금액만 20억… 도의원 부부의 현란한 ‘농테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0715590005700

투기꾼 먹잇감 된 제주 농지…임차료 3배 치솟자 쫓겨나는 농민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0920220001016

※ 농지에 빠진 공복들 <3> 농민 위한 농지법 되려면

문 대통령 사저 부지 취득, 고위공직자 농지 매입 방식과 ‘닮은 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019080002115

공직자 차명투기 못 막는 이해충돌방지법 “농지법 개정해야”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107060000214

※ 농지에 빠진 공복들 후속 단독 보도

행복청 간부도 윗선 닮은꼴 투기 의혹… ‘제2 LH’ 가능성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616150002412

행복청 공무원 2명 팀 이뤄 세종 땅 샀다…조직적 투기 의혹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714580000503

행복청-국토부 공무원 형제, 세종시 노른자땅 공동 매입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900280004828

세종시는 행복도시?… ‘투기도시’ 만든 국토부·세종시·행복청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907410000215?did=NS&dtype=2

국토부도 인정… “형제 공무원 투기 의심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2018320000026

기사/프로젝트 내용 요약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폭로 이후 ‘허술한 농지법’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경자유전’의 헌법 원칙으로 보호되고 있는 농지가 사실상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입니다.

정부 고위공직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일보는 그들이 왜 농지를 갖고 있는 지, 어떤 방식으로 농지를 소유하게 된 것인 지, 이를 통해 어떤 이득을 얻은 것인 지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을 토대로 1차 자료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1,885명 중 절반(45.1%)에 가까운 852명이 농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위공직자 소유 농지의 3,778개의 필지를 하나하나 통계화 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아울러 전국 209곳 지방자치단체에 농지 취득과 관련한 서류를 정보 공개 청구했습니다.

분석 결과 고위공직자 소유 농지 면적은 404만3,200㎡에 달했습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7,140㎡) 566개를 합친 것보다 넓습니다. 이들이 소유한 농지 총 가액은 1,618억 원, 1㎡당 4만 원으로 국내 농가의 평균 토지 자산(통계청 2019 농가경제조사)보다 1만 원 비쌌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들이 농지를 소유하게 된 과정이었습니다.
한국일보는 852명 중 1㎡당 가격이 5만 원 이상이면서 1만㎡ 이상 농지를 보유하고 있거나,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소속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대상 장차관 및 기관장 △투기과열 지역인 제주도와 세종특별자치시 농지 소유자 등 169명을 추려 이들이 보유한 654개 필지의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분석 결과 70% 이상의 필지가 매입(57.3%), 증여(14.3%)로 취득한 것이었습니다. 10명 중 7명은 본인 의지로 농지를 구입했다는 의미입니다. 농지 취득 때 필수서류인 농지취득 자격증명신청서와 농업경영계획서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해보니 취득 과정의 허점도 파악됐습니다. 질문에 맞지 않는 엉뚱한 답변을 적어내도, 거주지와 농지 소재지가 멀리 떨어져 영농 활동이 불가능해도 농지 취득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음은 서류에 기재된 내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차례였습니다. 한국일보는 한 손에는 등기부등본과 농업취득자격증명서, 다른 한 손에는 지도 어플리케이션이 있는 스마트 폰을 들고 경기도 이천과 포천 여주 안성 양평 용인, 세종시, 전북 부안, 경북 영주, 경남 양산 그리고 제주와 서귀포를 찾았습니다. 한 달 동안 전국 각지로 이동한 거리만 5,680㎞입니다.

취재진은 제대로 된 농지보다 제멋대로 자란 잡풀과 황무지를 훨씬 많이 봤습니다. 개발을 기다리며 방치된 농지들, LH 사태가 터진 뒤 농지법 위반을 피할 목적으로 급하게 나무를 심어 놓은 흔적 등을 다수 확인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이런 취재 과정을 통해 ‘농지에 빠진 공복들’ 기사를 5월 10일부터 연속 보도 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이같은 데이터 기반 현장 취재를 하면서 고위공직자의 농지 현황 자료를 텍스트로는 모두 담을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별도의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개발, 제작해 5월 11일부터 공개하고 있습니다.

기사/프로젝트의 뛰어나거나 혁신적인 점

‘관보’라는 공공자료를 활용해 4,000개 필지에 가까운 방대한 농지 소유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해 시각화 하면서, 한편으론 현장 취재를 결합한 것은 국내 언론에서는 흔치 않은 시도였습니다.

한국일보는 이같은 고위공직자 농지 현황 자료를 기반으로 여러 건의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취재진은 고위공직자 농지 취재 과정에서 세종시 농지 매입자 중 2명이 개발 관련 정부 부처의 배우자로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사전에 개발 정보를 입수해 농지 매입에 나선 정황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종시 일대 농지와 주소지의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대조하며 열람한 끝에 이들의 남편들이 실제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근무 중인 과장급 간부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세종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 행복청장에 이어 행복청의 현직 간부 투기 의혹이 최초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보도에는 이 간부들의 농지가 이미 농지투기 의혹으로 수사 중인 전 행복청장 소유 농지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사실, 매입 과정이 상당히 유사한 사실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또한 전 행복청장을 수사하는 경찰이 행복청장과 관련된 직원이 1명 더 있어 이를 한 사건으로 묶어 수사 중이라고 브리핑에서 밝힌 것에 대해 한국일보는 해당 직원이 행복청 사무관이며 국토교통부에서 근무하는 친동생과 함께 세종시 농지를 같이 매입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행복청장과) 관련된 직원’이라는 단서 하나를 갖고 거래시점-가격-위치 등을 면밀히 분석했고 등기부등본을 대조하며 실체를 찾아낸 뒤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결과였습니다.

이처럼 데이터 취재와 현장 취재가 더해진 결과물로 완성된 한국일보의 ‘농지에 빠진 공복들’ 연속보도는 한국기자협회의 제369회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심사평에서 “고위 공직자 852명의 전국 농지소유 분포를 모두 통계화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등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심층 취재였고 독자 친화적 인터랙티브 페이지 구성이 돋보이는 등 완성도 높은 기획보도로 인정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프로젝트가 사회에 미친 영향

다양한 매체에서 한국일보의 ‘농지에 빠진 공복들’ 보도를 비중 있게 소개했습니다.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는 5월 12일 방송에서 취재 기자를 스튜디오에 초대해 해당 기획의 의도와 취재 과정-결과-의미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자세히 방송했습니다.

다음 날인 5월 13일엔 김도현 변호사가 진행하는 전북CBS ‘컴온라디오’에도 취재기자가 출연했습니다. 여기에선 농지 소유 규모가 가장 방대한 고위공직자로 밝혀진 최훈열 전북도의원 취재 과정과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뒷이야기 등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한국일보가 ‘농지에 빠진 공복들’ 기획 취재를 하며 찾아낸 단서에 기반해 단독 보도한 행복청-국토부 직원들의 농지 투기 의혹 기사는 KBS와 MBC, TV조선, YTN-연합뉴스TV 등 방송, 연합뉴스-뉴시스-뉴스1 등 통신사와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등 국내 대다수 매체에서 보도했습니다.

저희가 자체 개발, 제작한 인터랙티브 페이지는 타 언론사가 뽑은 데이터저널리즘 사례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 팀 ‘마부작침’은 독자들에게 보내는 뉴스레터인 ‘마부뉴스’에서 한국일보의 ‘농지에 빠진 공복들’ 페이지를 소개했습니다. (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iDaXJ4rjI1PkH1KjKmSIYDebWa_wMA== )

시민단체에서도 저희의 인터랙티브를 소개했습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6월1일자 칼럼에서 ‘농지에 빠진 공복들’ 페이지를 언급하면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 누가 농지를 보유 중인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시민들은 쉽고 편리하게 공직자들의 재산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 https://www.opengirok.or.kr/4906 )

이 뿐 아닙니다. 한국일보의 보도 이후인 5월 26일엔 농지취득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취재진이 보도한 ‘농지에 빠진 공복들’ 기획 가운데 5월 12일자 <공직자 차명투기 못 막는 이해충돌방지법 “농지법 개정해야”>기사로 지적했던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제한 강화, 그리고 투기목적으로 취득하는 농지의 처분요건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 등도 한국일보가 고위공직자 농지 전수조사와 현장취재를 통해 지적한 ‘문제 농지’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북 부안군은 5월 24일 최훈열 전북도의원의 농지 매입과정, 그리고 장기간 이유 없이 방치된 농지 등에 위법 요소가 있는지 조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최 의원 농지가 소재한) 면사무소 등에 보냈습니다. 이후 경찰은 최 의원의 위법 사실을 수사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용인시청, 영주시청, 여주시청 역시 한국일보에 보도된 농지 휴경 사례와 관련해 현장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아울러 한국일보가 농지 소유 사실을 최초 보도한 행복청 과장급 간부 2명에 대해 세종경찰청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행복청은 투기 의혹이 의심된다고 판단해 이들을 직위 해제했고 전 직원 전수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행복청장과 비슷한 시기에 개발예정지 농지를 매입한 행복청 사무관은 경찰에 입건됐으며 행복청은 이 직원에 대해서도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습니다. 국토부 역시 소속 주무관에 대해 ‘투기 의도가 의심 된다’는 감사 결과와 함께 향후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한국일보 보도 직후인 5월 20일 “행복청과 국토부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정부가 진행한 3기 신도시 중심의 투기 조사에 한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지금이라도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의뢰해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최근 5년간 전국 개발사업 전반에 대해 국토부 및 산하기관 공직자의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논평을 냈습니다.

보도에 사용된 기술

한국일보는 고위공직자 852명이 소유한 404만3,200㎡의 농지에 어떤 ‘디테일’이 숨어있는지 독자에게 소상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HTML 및 css, 그리고 javascript, jquery, 카카오맵 api 등을 활용해 지도에 기반한 페이지를 구현했습니다.
지오코딩을 통해 변환한 고위공직자 농지 3,778개 필지 주소를 모두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해당 주소를 클릭하면 농지의 상세 위치는 물론 소유주 직위와 이름, 농지 종류, 제곱미터 당 가액과 전체 가액, 가액의 변동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아울러 독자들이 고위공직자 농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이름과 지역/조직으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고, 소유면적-가액 등 조건별로 찾을 수 있는 추가 기능도 포함했습니다.

Category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 상

Date published

2022년 10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