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 상>

 

소속: KBS 창원, 시사기획창, KBS공영미디어연구소, 스튜디오벨크로
전체 참여자: 차주하, 이형관, 윤경재, 정한진, 지승환, 김대영, 유원선, 박수홍

판결문 데이터 아카이브 및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
아동학대 판결문 데이터 아카이브 페이지
http://lab.kbs.co.kr/2022/child/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
https://news.kbs.co.kr/special/childabuse/intro/index.html

다큐멘터리
KBS1TV ‘시사기획 창’ <암수범죄 :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https://youtu.be/j7Qp3Lb0G60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8304

디지털 뉴스 6편
[아동학대]① 무용수를 꿈꾸던 보라의 죽음…“물고문에 의한 익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93513
[아동학대]② 홀로 굶어죽은 16개월 아기, “어쩌면 살릴 수 있었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93765
[아동학대]③ 1,406명의 가해자들, 학대이유 ‘너무도 사소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94132
[아동학대]④ 학대로 숨져도, 다쳐도 형량은 ‘천차만별’ 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95138
[아동학대]⑤ 반복되는 아동학대, 해외는?…“국가가 대응해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96173
[아동학대]⑥ “제발 그만하세요” 학대 피해아동들이 말한 ‘악몽 같은 고통’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97186

■기사/프로젝트 내용 요약
암수범죄(暗數犯罪). 사건이 일어났지만,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범죄를 말한다. 아동학대가 그렇다.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다보니, 학대 사실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KBS 취재팀은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앞두고,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부검을 시도했다. 전문가와 함께 최근 2년 동안 전국 법원의 1심 형사 판결문 천4백여 건을 전수 분석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을 추적하고, 이에 대한 사회와 국가의 책임을 물었다.
또, 아동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를 진단하고,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봤다.

-공포의 무용학원…“죽더라도, 은폐하면 아무도 몰랐다”
무용수를 꿈꿨던 10대 소녀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낯빛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무용학원 원장 A씨가 학대를 일삼아서다. 구타는 예삿일, 망치로 머리를 때리거나 동물 분변 등을 강제로 먹이는 가학·변태적 학대도 이뤄졌다.
아무도 몰랐다. 이웃도, 학교도 심지어 가족도 학대를 의심하지 않았다.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고, 한 아이가 물고문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원장의 은폐로 범행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국과수 부검과 경찰 수사마저 피했다. 학대로 인한 한 아이의 죽음은 사인 불명의 변사 사건으로 끝났다.

-포착되지 않은 울음…“16개월 영아, 뼈만 앙상히 남아”
병원에서 생후 16개월 된 여자 아이가 숨진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20대 아이 엄마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았다”고 병원 관계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이 몸 상태가 이상했다. 외상은 없었지만,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지나치게 말라 있었다. 의사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수사 결과, 홀로 아이를 키우던 엄마가 오랜 기간 방임한 사실이 드러났다. 야간에 일을 나가면서 물도 음식도 주지 않았다.
아이는 말라가는 몸으로 서러운 울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엄마의 지인도, 주변 이웃들도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판결문 분석해보니…‘암수성’ ‘핑계’ 그리고, ‘구조 신호’
제작진은 전문가와 함께, 아동학대와 관련한 최근 2년 동안 전국 법원 1심 형사 판결문 천4백여 건을 입수해 피해 아동 2,367명과 가해자 1,406명에 대한 기록을 분석했다. 3가지 키워드가 결과로 나왔다.
첫째는 ‘암수성’이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대부분 가족이나 학교 교사 등 보호자였다. 범행 장소는 주거지가 유독 많았다. 아이가 다치거나 숨지는 등 피해가 클수록 주거지에서 벌어졌다. 아동학대는 외부에서 범행을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둘째는 ‘핑계’다. 판결문 속 가해자들은 학대 이유 1,152가지를 댔다. 10명 가운데 8명이 아이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을 이유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학대하는 보호자들의 핑계나 변명이라고 지적한다.
마지막은 ‘구조 신호’다. 중상해와 사망 등 피해 정도가 심각한 중대 사건 55건을 따로 분석한 결과, 가해자 학대 전력이나 피해 아동의 오래된 상처 등 의심 징후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구조신호를 발견하기 위해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해외는 어떻게?…“비극에서 아픈 교훈 먼저 얻어야”
아동학대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대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일은 선진국도 해결 못 한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비극이 벌어진 다음이다. 미국은 아동학대의 비극에서 교훈을 얻고 또 다른 학대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2013년 미국 대통령과 의회는 상하원 의원과 교수, 판사 등 12명을 선임해 백악관 직속 아동학대 진상조사 위원회를 꾸렸다. 이른바 ‘아동학대 사망근절위원회(CECANF)’다. 그동안 숱한 대책을 내놓고도 아동학대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반성이자, 기존 아동학대 대응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려는 시도였다.
제작진은 당시 조사위원을 만나, 우리가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기사/프로젝트의 뛰어나거나 혁신적인 점
아동학대는 수년 전부터 언론이 자주 다뤄온 단골 소재다. 하지만 이를 심층적이고 종합적으로 보도한 기사는 드물다. 기존 보도는 파편적이고 일회적 보도에 치우친 감이 많다. 오히려 아동이 겪은 학대 행위를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데 치중한다. 아동학대의 현 주소와 원인, 그리고 해법까지 종합적으로 제시할 보도가 한국 사회에 필요했다.
이에 취재팀은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사회 제도 변화를 촉구하기로 했다. 자극적인 피해 사실만을 주로 다루는 단편 보도를 지양하고, 구조적 문제와 해법을 제안하는 데 초점을 뒀다.

아동학대 판결문 ‘1,406건’ 전수 분석
취재진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부검’을 시도했다. 사인(死因)을 찾는 육체적 부검처럼 정확한 현상 진단을 통해 아동학대 범죄가 왜 반복되는 지, 그 이유를 밝히기로 했다.
국내 최초로 최근 2년치 아동학대 형사 사건 1,406건을 전수 분석해 통계 수치에 가려졌던 아동학대 범죄의 실체를 심층 분석했다. 그동안 정부와 학계가 아동학대 사건 혹은 신체적 학대 백여 건으로 좁혀 분석한 사례는 있었지만, 장기간 판결문을 다각도로 전수 분석한 것은 이번 처음이다.

사회적 통념에 대한 ‘치열한’ 팩트체크
취재진은 판결문 데이터 심층 분석으로, 아동학대와 관련한 사회적 통념을 팩트체크했다.  ‘가해자 대부분은 계부모’라는 사회적 통념이 거짓이며, ‘때리는 것만이 아동학대’라는 대중 보편적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범죄 종류와 가해 장소와 가해자 특성 등 유형별 분석으로 범행 장소에 따라 학대 피해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과 판사의 주관에 따라 범죄 형량이 달라진다는 점,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이유 등 유의미한 분석을 이끌었다.

사건 수사 기록 입수…’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다
현장 취재로 새로운 진실들을 들춰내기도 했다. 판결문 속 사건들 가운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감춰진 아동학대 사건들을 복원해, 피해 아동과 담당 경찰 등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3개월 이상 심층 취재했다.
또, 검찰과 경찰 수사 자료와 국과수 부검자료 등을 단독 입수해 해당 사건의 문제점 등을 탐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보낸 구조 신호를 번번이 외면한 우리 사회의 무심함과 신고의무자들의 책임 방기, 국가의 둔감함을 고발했다.

-해외는 어떻게?…대안을 제시하다
나아가 해외 취재를 통해 아동학대 예방에 소극적인 국내 사정을 지적했다. 아동학대 사망사건 국가차원 진상조사를 통해 아동보호체계 전반을 개편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관련법이 발의됐음에도 국가차원 진상조사가 한 차례도 없음을 짚었다.
아울러 미국의 국가차원 진상조사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아동 복지를 비롯한 사회 복지의 증진, 재발 방지를 위한 가해자 치료 및 교육, 아동 학대 신고 의무의 강화, 피해 아동을 보호할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아동 학대 관련 예산 확충 등 구체적인 해결책도 제시했다.

■프로젝트가 사회에 미친 영향
취재팀은 판결문 데이터 분석 자료를 감춰두지 않았다. 공익적 목적으로 누구나 열람하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아카이브 웹페이지와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를 구축해 제공했다. 여기에는 정제된 판결문 내용과 함께 판결문에 담긴 구체적 특성, 아동학대 사례, 개선 방안 등의 정보가 제공됐다.
그 결과, 베이징 올림픽 열기 속에서도 다큐멘터리 방영일 기준 시청률 2.4%를 기록했다. 시청자 상담실에는 익명의 이름으로 “유익한 주제라 언론에서 이같은 아동학대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답변이 있었다.  6편의 디지털 기사는 수일에 걸쳐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했고 수만~수십만 뷰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전문가와 학계의 관심도 쏟아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연구팀이 취재팀의 프로젝트 결과를 토대로 연구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이화여대 정익중 교수팀이 취재팀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인용해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131호에 인용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아동학대 범죄의 근본적 대책을 이끌어내는 데 밑바침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터의 출처와 수집/분석 방법
이번 프로젝트는 KBS 아동학대 특별취재팀과 KBS 데이터분석 전문가, 그리고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들이 수개월 간 협업해 만든 결과물이다.
전체 아동학대 사례 가운데, 형사 사건화돼 1심 판결을 받아 판결문이 공개된 사건들로 분석 대상을 정했다. 대법원 판결문 인터넷 열람서비스를 활용해 2019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아동학대 관련 1심 형사 판결문 1,406건을 수집했다.
이후, 취재진은 판결문과 증거기록을 모두 읽어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도록 엑셀로 유형화했다. 변호사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20여 가지 항목과 세부 기준을 정했다. 가해자 유형, 형량, 범죄사실, 아동학대 유형, 학대 기간, 학대 장소, 피해아동 나이와 성별, 피해 정도(성학대, 중상해, 상해, 사망), 학대 이유, 양형 이유(불리한 정상, 유리한 정상) 등이다.
교차 검증도 거쳤다. 틀린 항목이 없는지 취재기자 3명이 석 달에 걸쳐 분석 내용을 점검하고 판결문을 다섯 차례 이상 되짚었다. KBS 데이터 분석가와 함께 정리한 엑셀 파일을 그래프와 워드 클라우드 등으로 시각화해 분석했다. 경남대학교 연구진과 텍스트마이닝 분석도 별도 진행했다.
이같은 분석 내용은 전수분석 아카이브 페이지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해 공개했다.


■보도에 사용된 기술
excel, google spreadsheet, R, d3 등[/vc_column_text][/vc_column][/vc_row]

Category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 상

Date published

2022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