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하지 않은 자들의
의도된 침묵, 유령집회
올해의 영 데이터저널리스트 상
기사/프로젝트 내용 요약
법안 시행 4년 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유령집회
유령집회 방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미개최율은 80%가 넘습니다. 누가, 얼마나 열리지도 않는 집회를 신고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에 신고된 집회신고내역 267,454건을 정보공개청구해서 분석했습니다. POB는 실제로 개최되지 않은 집회신고 건 중에서, 10일 이상 집회를 개최하지 않은 ‘상습유령집회‘’73,006건에 주목했습니다
유령집회방지법 이후, 더 많아진 상습유령집회
분석결과, 유령집회 방지법’이 시행된 2016년부터 상습 유령집회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집회신고 건수에 대한 ‘상습유령집회’의 비율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노동 관련 단체의 상습유령집회 비중 증가
어떤 종류의 단체들이 상습유령집회를 신고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개최일이 가장 높은 상위 100개 단체를 중심으로 분석했습니다. 집회주관단체를 ‘기업‘, ‘노동관련단체’, ‘시민단체‘, ‘종교,’ ‘노점관련’, ‘철거관련‘, 기타이익단체, 기타단체 총 8개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분석결과, 유령집회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시작된, 2017년부터 노동관련 단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미개최일 많은 상위권 단체가 차지하는 비중 증가
연도별 상위 10개 단체를 중심으로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미개최 일수의 절대량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9년 상위 10개 단체의 미개최 일수 총합 2014년보다 3배가량 많습니다.
전체 상습유령집회에서 미개최일이 가장 높은 top 10, 100개 단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해가 갈수록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상습유령집회 양상
유령집회의 양상은 지역별로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상업지역의 비율이 높은 중구, 종로구, 용산구 등과 같은 지역에서는 집회 실개최 수, 상습유령집회 수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거지역의 비율이 높은 강북구, 서대문구, 관악구 등과 같은 지역에서는 상습유령집회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원하는 날, 원하는 장소에서 집회하려면 안하는 날에도 집회신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상습유령집회를 신고한 단체들은 왜 실제로 개최하지 않을 집회를 신고하는 걸까요?
상습유령집회 단체들은 최소 48시간 전에 신고해야 하는 현행 집회신고 제도 아래에서, 이들은 원하는 날에 집회를 개최하려면, 하지 않을 날에도 집회를 미리 신고해둘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집회 당사자들은 언제 사안에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때 가서 집회 신고를 하면 이미 늦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집시법 제8조에 따르면 한 장소에 여러 단체가 집회신고를 한 경우, 먼저 신고한 선순위 단체가 경찰의 조정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후순위 단체는 집회금지 통고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원하는 장소에서 집회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순위 단체가 되기 위해 미리 집회신고를 해둘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제도가 아닌 합의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집회신고제도
유령집회를 가장 많이 신고한 한 노조의 관계자는 30일을 신고해두고, 그 기간 안에서 집회를 할 때 경찰에게 다시 통보하고 있었습니다. 즉, 현재의 집회신고제는 ‘제도’가 아닌, 당사자들의 알음알음 ‘합의’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큰 갈등 나타나지 않았지만, 문제점은 존재
한 경찰 관계자는 유령집회는 집회 신고를 철회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집회를 개최하여야 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며, 치안 현장에 투입하여야 할 경찰력이 유령집회에 대비하는 등 인력 손실 문제도 있다고 밝혔습니다.